계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러닝을 진짜로 시작하게 만든 건 회사 채용검진이었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3고’...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대사 이상 증후군.
회사 상주 의사 선생님의 따끔한 조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난 7~8년 동안은 운동과 완전히 멀어졌고, 체중은 계속 늘어만 갔다.
결혼 생활과 이혼 스트레스도 컸고, 그냥 나이가 들어서 몸이 무거워진 줄만 알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 순간 스스로가 많이 흐트러져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쓰리고’를 없애기 위해 식단과 운동을 함께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지방을 태우는 여정을 걷기 시작했어.
스포하자면,
건강한 몸은 결국 다이어트로 따라 온다.
우선 식단
처음에는 솔직히 극단적으로 먹는 양을 줄였다.
하지만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안 먹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아니라, 서서히 줄이고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으로.
20년 넘게 아침을 거르며 살던 내가 이제는 아침을 챙겨 먹는다.
네 달째 이어오고 있는 지금의 식단은 이렇다.
- 아침: 구운 계란 1개, 사과 반쪽, 고단백 두유
- 점심: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식사
(대신 탄수화물은 무조건 절반) - 저녁: 샐러드나 포케
주로 저녁에 러닝을 하고, 운동이 끝나면 그릭 요거트에 견과류, 올리브 오일로 마무리한다.
처음에는 밤에 야식을 끊는 게 지독하게 힘들었다. 특히 초반 한두 달은 정말 잘 버텨내야 한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어느 순간 탄수화물을 찾지 않는 몸이 되고
조금만 먹어도 빠르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몸이 먼저 변하고, 생각은 그다음에 따라왔다.
운동 시작
운동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였다.
혈당 관리에는 근력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평소 헬스장을 거의 가지 않고
유산소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주 운동은 러닝으로 정했다.
근력 운동은 부담 없이 이어가기 위해 덤벨을 하나 사서 집에서 가볍게 홈트레이닝으로 대체했다.
워낙 오래 운동을 안 한 몸으로 바로 뛰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일단 걷기부터 시작했다.
1개월 차
- 걷기
- 평균 페이스: 12분
- 심박수: 140
- 주 6회
걷기만 했는데 이미 존2에 도달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페이스 12분은 정말 느린 편인데,
그때는 그마저도 숨이 찼다는 게 놀랍다.
2개월 차
- 걷기
- 평균 페이스: 10분
- 심박수: 130~140
- 주 6회
제법 빠르게 걷는 게 익숙해졌고, 몸도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슬슬 뛰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준비가 된 느낌이었다.
뛰기 시작
3개월 차
- 걷기 + 뛰기 병행
- 뛰기 페이스: 8분
- 심박수: 170 이상
- 거리: 1~2km
- 주5회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걷기의 페이스와 심박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걷기로는 도저히 존2에 도달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2km를 제대로 뛰어냈던 시기였다.
체중도 눈에 띄게 줄고, 몸이 가벼워지니 러닝 자체가 점점 쉬워졌다.
현재
4개월 차 (지금)
- 러닝
- 페이스: 7~8분
- 심박수: 약 160 이상
- 거리: 3~6km
- 주4회
이제는 거리 자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3km를 뛰어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특히 4km를 넘기면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음악은 리듬을 흐트러뜨려서 거의 듣지 않는다.
페이스 유지를 위해 틱톡 소리를 틀어두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온전히 러닝에만 집중하는 구간.
“1km만 더?”
그렇게 뛰다 보니 어느새 6km를 멈추지 않고 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변화
주변에서는 다들 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만큼 분명한 변화들도 함께 따라왔다.
무엇보다 ‘3고’는 거의 정상 범위로 돌아왔고, 늘 모자라다고 느끼던 에너지는
이제 하루 10시간을 일하고도 운동을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한때는 앞으로 평생 혼자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할 만큼
무기력했던 모습과 달리, 요즘은 패션에도 신경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일, 연애에 대해서도 다시 관심이 생겼다.
업무 집중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투자와 공부, 인간관계까지 삶 전반에 다시 의욕이 돌기 시작했다.
러닝은 단순히 살을 빼는 운동이 아니었다.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감각, 어제의 나를 넘어섰다는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서
몸뿐 아니라 생각과 태도까지 바꿔 놓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나를 다시 서 있게 만들었다.
11월 5KM 러닝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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