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3. 00:28ㆍ엘키스공간/독서
옛 수첩에는 아직 - 류시화
눈이 그녀의 모국어로 무엇이냐고 묻자
공작새보다 둥근 눈을 깜빡이며
아크라고 했다
그 눈을 들여다보며 별을 묻자 그녀는
순다르 타라라고 했다
아름다운 별이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밝음은 로스니, 어둠은 안데라
세 개의 모음으로 된 내 이름을 소개하고
일곱 개의 모음으로 된 그녀의 이름을 외우면서
서툰 글씨로 그 이름을 다 쓸 수 있기도 전에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더 많은 모음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가
생소한 자음들을 가진 늙은 천민에게
그녀를 시집보냈고
그 후로 그녀의 소식을 알 길 없었다
나무는 페러
연못은 탈라브
운명은 바갸
작별은 비다이
당신을 사랑해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런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피르 밀렝게라고 했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여러 해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새로운 모음들을 가진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내 그리움의 수첩에는 아직 묻지 못한 단어들이
이토록 많은데
바람은 하와
비는 바리샤
그녀가 좋아하던 파란색은 닐라
가슴은 딜
슬픔은 두키
영원은 아마르
더 가까이서 깜박이며
지친 새처럼 내려오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별은
시타라
정말 좋은 시다. 타국의 낯선 단어들을 애절하고 아련한 분위기로 나열한 것이 먹먹한 기분을 만든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 좋다.
더 가까이서 깜빡이며 지친 새처럼 내려오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별은 시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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