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002)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1

2015. 1. 13. 00:28엘키스공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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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주 가끔 시집을 본다.
어릴때부터 시집은 그냥 책장 한켠에 꽂아주고 가끔 꺼내서 아무 곳이나 펴서 한 두편 읽었다.
나름 낭만적이지 않은가?

류시화님이 지으신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은 옛 연인이 선물해준 책이다.
류시화를 좋아했던 그 사람 덕분에 나도 좋은 글과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엔 옛 습관을 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로 했다.
오늘 읽은 시 하나를 소개한다.


옛 수첩에는 아직 - 류시화


눈이 그녀의 모국어로 무엇이냐고 묻자

공작새보다 둥근 눈을 깜빡이며

아크라고 했다

그 눈을 들여다보며 별을 묻자 그녀는

순다르 타라라고 했다

아름다운 별이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밝음은 로스니, 어둠은 안데라


세 개의 모음으로 된 내 이름을 소개하고

일곱 개의 모음으로 된 그녀의 이름을 외우면서

서툰 글씨로 그 이름을 다 쓸 수 있기도 전에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더 많은 모음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가

생소한 자음들을 가진 늙은 천민에게

그녀를 시집보냈고

그 후로 그녀의 소식을 알 길 없었다


나무는 페러

연못은 탈라브

운명은 바갸

작별은 비다이

당신을 사랑해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런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피르 밀렝게라고 했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여러 해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새로운 모음들을 가진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내 그리움의 수첩에는 아직 묻지 못한 단어들이

이토록 많은데

바람은 하와

비는 바리샤

그녀가 좋아하던 파란색은 닐라


가슴은 딜

슬픔은 두키

영원은 아마르

더 가까이서 깜박이며

지친 새처럼 내려오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별은

시타라


정말 좋은 시다. 타국의 낯선 단어들을 애절하고 아련한 분위기로 나열한 것이 먹먹한 기분을 만든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 좋다.

더 가까이서 깜빡이며 지친 새처럼 내려오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별은 시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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