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002)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end

2015. 2. 12. 01:49엘키스공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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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카데미 가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지하철에서 틈틈히 읽어 드디어 마지막 장.

참 좋은 시집이다. 정화되는 느낌.

구절 하나 하나가 정성을 다 해 쓴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 한편 적어본다.



어머니 - 류시화


시가 될 첫 음절, 첫 단어를

당신에게 배웠다


감자의 아린 맛과

무의 밑동에서 묻은 몽고반점의 위치와

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를 뽑아 먹는 기술을

그리고 갓난아기일 때부터

울음을 멈추기 위해 미소 짓는 법을

내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맞잡으면

기도가 된다는 것을


당신은 내게 봄 날씨처럼 변덕 많은 육체와

찔레꽃의 예민한 신경을 주었지만

강낭콩처럼 가난을 견디는 법과

서리를 녹이는 말들

질경이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 시는 아직도

어린 시절 집 뒤에 일군 당신의 텃밭에서 온다

때로 우수에 잠겨 당신이 바라보던 무꽃에서 오고

비만 오면 쓰러져 운다면서 

당신이 일으켜 세우던 해바라기에서 오고

내가 집을 떠날 때

당신의 눈이 던지던 슬픔의 그물에서 온다


당신은 날개를 준 것만이 아니라

채색된 날개를 주었다

더 아름답게 날 수 있도록


하지만 당신의 경사진 이마에

나는 아무것도 경자할 수 없다

삶이 파 놓은 깊은 이랑에

이미 허무의 자물이 자라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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