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엘키스공간/일상기록

헤어진 옛 연인에게 연락이 왔다.

잘 모르겠다. 왜 이제와서 연락을 하는지.

헤어진지 8개월이 다 되가는데..

 

많이 참았는데 염치없지만 그냥 궁금해서 연락했다고 한다.

 

사흘 후 쯤, 고민 끝에 답장을 해주었다.

고민하고 용기내서 보낸거니깐 답장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나는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그렇게 나에게 강조했던 꿈을 찾아 프로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해 하루에 두 세시간밖에 안 자지만

고 3때만큼 의욕적이며 대학교 1학년만큼 즐겁고 재밌게 살고 있다.

KTM 아카데미 8기 24명의 동기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게 고되지만 뿌듯하고 즐겁다.

 

그래서 난 더 이상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가족, 친구, 여자 모두 멀리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나는 헤어진 옛 여인때문에 답장을 고민해야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이렇게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조금 아깝다.

그래서 더 이상의 간섭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 미안하다고.. 다신 연락하지 않겠다고 답장을 받았다.

 

많은 것이 이어졌던 2년이었다.

그래서 그 끈을 더 풀고 자르기 힘든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나에 대한 미련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할말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너무 매몰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그게 최선이었고, 정말 간절하게 더 이상 간섭을 원하지 않는다.

 

정말 바쁘게 살고 있어 잊고 있었던 지난 추억들이 조금 떠올랐다.

좋았던 기억이 많은 사람이라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끊고 맺음이 정확한 나에겐 정말 끊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진 사이고 나에겐 조금의 미련도 남아 있지 않다.

서로가 연락 할 이유는 없다.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10년이 지나 이 글을 다시 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쩌면, 진짜 괜찮은 사람은 20대 청춘을 함께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이 글 속의 그녀를 다시 만났다가 또다시 헤어진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서로 맞지 않아 이혼을 겪었다.
관계에 대한 고뇌와 두려움은 더 깊어졌고, 이제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나는 외로움에 강했고, 혼자라는 것의 장점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이따금, 이때가 떠오른다.
이 글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사실, 그때 나는 이렇게 담담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지독하게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걸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나도, 참 어리고 미숙했다.
심지어 다시 헤어질 때도 나는 정말 서툴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글의 마지막에 남긴 영화 사진이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참 좋아하던 영화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현실의 냉정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강한 애정,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들이야말로 관계를 이어가는 진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관계는 흔적을 남긴다.
가장 아프지만, 가장 따뜻한 흔적

반응형

'엘키스공간 > 일상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RAPIDFire  (0) 2015.04.17
지케이 학교설명회 및 체험수업  (0) 2015.04.17
[청승] 집 냄새  (2) 2015.04.01
[지름] 기계식 키보드 입문!  (2) 2015.03.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0) 2015.02.19
생일을 맞으며  (0) 2015.02.12
오랜만에 부산  (0)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