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3)
-
책읽기002)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end
게임 아카데미 가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지하철에서 틈틈히 읽어 드디어 마지막 장.참 좋은 시집이다. 정화되는 느낌.구절 하나 하나가 정성을 다 해 쓴 느낌이 드는 책이다.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 한편 적어본다. 어머니 - 류시화 시가 될 첫 음절, 첫 단어를당신에게 배웠다 감자의 아린 맛과무의 밑동에서 묻은 몽고반점의 위치와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를 뽑아 먹는 기술을그리고 갓난아기일 때부터울음을 멈추기 위해 미소 짓는 법을내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맞잡으면기도가 된다는 것을 당신은 내게 봄 날씨처럼 변덕 많은 육체와찔레꽃의 예민한 신경을 주었지만강낭콩처럼 가난을 견디는 법과서리를 녹이는 말들질경이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 시는 아직도어린 시절 집 뒤에 일군 당신의 텃밭에서 온..
2015.02.12 -
책읽기002)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2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은 지닌 존재로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의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오늘 ..
2015.01.13 -
책읽기002)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1
나는 아주 가끔 시집을 본다.어릴때부터 시집은 그냥 책장 한켠에 꽂아주고 가끔 꺼내서 아무 곳이나 펴서 한 두편 읽었다.나름 낭만적이지 않은가? 류시화님이 지으신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은 옛 연인이 선물해준 책이다.류시화를 좋아했던 그 사람 덕분에 나도 좋은 글과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엔 옛 습관을 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로 했다.오늘 읽은 시 하나를 소개한다. 옛 수첩에는 아직 - 류시화 눈이 그녀의 모국어로 무엇이냐고 묻자공작새보다 둥근 눈을 깜빡이며아크라고 했다그 눈을 들여다보며 별을 묻자 그녀는순다르 타라라고 했다아름다운 별이라고그리고 덧붙였다밝음은 로스니, 어둠은 안데라 세 개의 모음으로 된 내 이름을 소개하고일곱 개의 모음으로 된 그녀의 이름을 외우면서서툰 글씨..
201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