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2. 13:24ㆍ엘키스공간/일상기록
아인슈타인 ‘중력파’ 100년 만에 확인
LIGO 기자회견 "우주탄생의 비밀 풀 수 있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민한 실험실이 있다. 천체가 중력 변화를 일으키면서 생기는 파장,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검출하기 위한 중력파검출기를 말한다.그동안 미국 워싱톤 주에 위치한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넓은 초진공상태의 중력파 검출기를 설치하고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제기했던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해왔다.
그리고 12일 오전 0시30분(한국 시간)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제기한 후 101년 만의 일이다. 인류는 이 발견을 통해 우주 탄생을 이해할 수 있는 큰 실마리를 얻었다.
13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서 중력파 탐지
중력파는 큰 질량의 천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즉 초신성폭발이나 블랙홀 충돌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렁임(ripples)이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존재를 예견했으나 그 파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과학재단(NSF)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2000년부터 10년간 ‘라이고’에 6억2천만 달러를 투입하고 세계 80여개 기관 1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에는 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탐지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재가동을 시작한 뒤 반년도 안 돼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루이지애나와 워싱턴 주에 있는 검출기를 가동해 지난해 9월 14일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2개의 블랙홀이 충돌하기 직전 0.15초간 발생한 중력파를 탐지했다.
이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 중력파의 진동수 범위는 30∼150 헤르츠이며,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이다.
연구진은 기자회견을 통해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나눠 보낸 뒤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의 뒤틀림 현상인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력파 연구에는 한국과 미국, 독일 등 15개국 연구진이 참여해왔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블랙홀과 초신성, 빅뱅 등 우주 생성과 변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데이비드 라이츠(David reitze) 미국 라이고(LIGO) 실험 책임자(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력파 검출기를 통해 우주를 보는 것은 물론 우주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자기파의 한계 중력파 연구로 극복할 수 있어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작용은 유한한 전파속도(진공 속에서 광속도)로 전해지는 근접작용으로 해석된다. 가령 전자기작용에 대한 전자기파는 이런 종류의 근접작용을 하는 파동이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중력 작용에 대한 파동으로 생각된 것이 중력파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의 방정식에서 장이 약하다고 보았을 경우의 근사법을 써서 진공 속을 광속도로 전파하는 전자기파와 비슷한 중력파의 존재를 밝히고, 쌍성(雙星)의 운동에 대한 중력파의 영향을 논했다.
아인슈타인이 지적한 중력파의 효과는 실제로 관측하기에는 너무 작은 것이었으나, 1974년 J.테일러와 R.헐스의 ‘쌍성펄서 PRS1913+16’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중력파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
쌍성펄서의 공전주기는 매년 100만 분의 75초 정도 짧아지고 있는데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파에 의해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들은 이론에 의한 것이었고 중력파를 직접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초신성 폭발과 빅뱅의 비밀을 푸는 단서가 될듯
지금까지 우주를 관측하는 도구는 대부분 전자기파를 활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자기파 관측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천체 현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그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된 ‘블랙홀 쌍성’이 대표적인 예다.
블랙홀 쌍성은 블랙홀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는 천체인데, 블랙홀은 빛마저 흡수하기 때문에 전자기파 관측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블랙홀 쌍성이 내보내는 중력파를 포착함으로써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신성 폭발의 메커니즘 규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초신성 폭발은 베일에 싸여 있다. 초신성 내부에서 방출된 전자기파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과정에서 애초의 정보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초신성 폭발 때 발생하는 중력파는 상호작용이 약하기 때문에 폭발 당시의 정보를 고스란히 지구까지 전달해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주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빅뱅(대폭발)의 비밀도 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빅뱅 때 발생한 전자기파는 그동안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으로 많은 정보가 사라졌지만 상대적으로 상호작용이 약한 중력파를 관측하면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한국도 20여명 연구자들이 이번 연구에 참여
과학계에는 이번 발견이 획기적인 만큼 벌써부터 이번 연구에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공대 킵 손 명예교수, 로널드 드레버 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 라이너 와이스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한국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을 구성하고 2009년부터 서울대, 부산대 등 5개 대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2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20여명이 공동 참여해왔다.
이형목 단장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한국 연구진이 중력파 검출 데이터에 섞여 있는 잡음·신호 분리 알고리즘 연구와 중력파 검출기를 디자인할 때 어떤 천체가 어떻게 관측될지 예상하고 확률을 제공하는 연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KISTI는 대용량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해 실험 데이터 분석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는 새로운 중력파 처리방법, 검출기의 특성 결정에 필요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력파 검출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강봉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6.0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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