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014. 8. 21. 14:11엘키스공간/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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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광복절에 나는 2년 간 연애하던 사람과 헤어졌다.

어려운 일이었다. 이별이란 건.

한번 해본 일이지만 항상 어려운 일이란 것은 존재한다.

지난 2년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쉬울 리가 없다.


3년 전, 나는 다른 사람과 이별의 고배를 마셨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끝까지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 내 성격 탓이다.


일의전심.


어릴 때부터 나는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그것에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다.

내 성격이다. 나의 삶의 모토다.

나는 '사랑하는 것'에 몰두했으며 그녀에게 모든 관심과 정성을 쏟았다.

만나는 중 다른 사람을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때론 이런 나의 모습이 바보 같고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나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몰두란 좋은 것이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말하긴 했지만 분명 그녀는 마음이 떠났다.

그녀의 회사 교육 프로그램 중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타임머신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목록 중에 '나와 계속 만나기'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만나기'라고 되어있었다.

분명 나였다면 '그녀와 만나고 있기'나 '그녀와 결혼하기'라고 되어있었을 것이다.

서로 보는 방향과 목표 지점이 달랐다.

이해할 순 없지만, 그것 또한 그녀 자신의 모습인 것은 어쩔 수 없다.

3년 전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그냥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찾아와도 더는 만나지 않기로 다짐한다.

어차피 헤어진 이유로 반드시 다시 헤어지는 게 대부분 이별의 메커니즘이다.

이제 나는 '잊는 것'에 몰두할 것이다.


나는 인연을 중시한다.

작은 인연도 나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연인의 관계를 끝내는 것은 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 그 짐 또한 내가 짊어지기 위해 내가 먼저 말했다. 

헤어지자고.


3년 전엔 나는 그 사람을 저주했다.

물론 지금도 좋은 감정은 아니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 어렸고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축복하며 보내주려고 한다.


좋은 연애였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첫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나의 첫 사랑 이야기는 끝이다.


내가 이번 이별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연애가 모두 사랑은 아니라는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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