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두 편

2015. 7. 18. 23:03엘키스공간/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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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 이준호

당신을 사랑 함에 있어
입을 빌린 그런 화려함이기보다는
가슴으로 넘치는 진실함이고 싶습니다.
한마디 한마디에 서로가
가슴을 적시는 감동적인 말은 아니어도
그 한마디 한마디에 서로가
마음 상해하지 않을
그런 배려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불꽃처럼 달아오르는 꽃잎이기보다는
계절 내내 변함없는 줄기이고 싶습니다.
화사하게 달아 올랐다가
가장 가슴 아프게 져 버리고 마는
봄 한철 그 격정이기보다는
사계절 내내 가슴을 흔드는
그런 여운이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물결이기보다는
그 물결을 타고 가라앉는 모래알이고 싶습니다.
남의 말에 동하여 당신을 져버리고 떠나가는
그런 가벼움이기보다는
당신의 말 전부를 다 믿을 수 있는
그런 묵직함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아름다움이기보다는
서로를 아끼는 그런 소중함이고 싶습니다.
애써 꾸미고 치장하는
가식의 마음이기보다는
맨 몸둥아리 그대로의 만남일지라도
뜨겁게 가슴 속에 회오리치는
그런 열정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몇 번을 읽어도 정말 좋은 시.

특히 '사계절 내내 가슴을 흔드는 그런 여운이고 싶다'는 표현.. 정말 훌륭한 것 같다.


또 한편 더 보자면, 이 시도 좋다.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이준호


당신을 벗어나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날마다 내게 던져 내던 그 말들이

하나도 그른 것이 아니었음을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빈약한 것이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떠나와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내 곁의 당신, 마냥 작은 몸짓인 줄 알았는데

이처럼 소중하게 가슴을 치는 존재였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떨어져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자리잡은 당신이

이토록 나의 가슴 한가운데에 있었음을

내 삶의 반은 이미 당신에게 있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마주하지 못하니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내게 보여주던 그 미소는

나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나에 대한 배려였음을

한 번도 내가 눈치 채지 못해 왔던

당신의 사랑이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떠올려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의 눈망울과 입술 너머

넘칠 듯한 사랑이 있었음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린

진정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음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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